타고난 능력과 노력
아이가 똑똑하다고 모든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며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또래 친구들보다 뒤처질 수도 있다. 아이들은 타고난 능력이 때때로 노력을 앞선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어떤 아이들은 숙제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지만 다른 아이들은 15분 만에 숙제를 끝낸다. 처음 해보는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은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시즌 내내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가 계속해서 노력하는데도 또래 친구들을 따라잡지 못하면 그 아이는 현실에서 표류한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라고 말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성공에 대한 기대
아이들은 왜 불안할까? 대부분의 똑똑한 아이들은 다른 것을 잘하기 때문에 이번 일도 잘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런 아이들은 능력을 타고난 분야에서는 연습이 필요 없어서 왜 훈련이 필요한지 의아해한다. 논리 - 수학적 지능이 높은 아이는 축구 경기에서도 최고 선수가 되길 기대하고 태권도에서 검은 띠를 딴 신체-운동학적 지능이 높은 아이는 피아노 연주회에서도 굉장한 환호를 받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대에 어긋나면 좌절한 나머지 변명하거나 그만두려고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노력이 성공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줘야 한다. 경기에서 두골밖에 넣지 못했다고 꾸짖지 말고 두 시간 동안 골 연습을 한 아이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 아이가 좌절했을 때는 함께 공감해주어야 한다. 똑똑한 아이들은 대부분 실패 경험이 없어서 앞으로 겪게 될 일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슬픔과 좌절을 인정해 주자. 아이는 부모가 최소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신이 나서 다시 시작하지만,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날 수 있다. 물론 한 분야에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아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하지만 노력 없이 쉬운 일만 한 아이는 어려운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 느끼는 좌절감을 스스로 다루기 힘들 것이다.
똑똑하고 의욕적인 아이들
똑똑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이야기를 하고 언젠가는 서울 대학에 가겠다고 말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목표를 높게 세우는 아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가 똑똑할 뿐만 아니라 의욕까지 충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이가 대학과 미래의 직업을 말할 때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다. 똑똑한 아이들은 쉽게 질려서 마음이 변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의 서울대학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면 결국 아이는 서울 대학에서 멀어진다.
그러므로 대화를 시작할 때 성취해야 할 목표를 먼저 말하면 안 된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면 그저, "좋아. 언젠가는 그 대학에 가길 바랄게."라고 말한다. 이 말은 "그럼 이제부터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야 해. 얼마나 많은 아이가 그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지 아니?"라는 대답과는 매우 다르다. 첫 번째 대답은 ㅇ이를 지지하지만 두 번째 대답은 아이에게 부담감을 준다. 아이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게 해야 한다. 부모의 기대를 받는 아이는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특정 분야에서 실패와 성공을 강요받게 된다.
아이가 부모에게 서울 대학 진학에 관해 묻는다면 "네가 어느 대학을 가든지 난 좋다."라고 말해보자. 똑똑한 아이들도 대부분 서울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다. 그래도 아이의 추진력과 의욕을 환영해 주고 "언제나 너를 사랑한단다."라고 아이가 느끼게 해야 한다. 똑똑한 아이들은 종종 거부당하는 상황을 힘들어 하지만, 항상 부모의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 위안이 될 것이다.
똑똑하지만 의욕이 없는 아이들
상황이 정 반대인 경우도 있다. 부모는 아이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지만, 아이가 그 기회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는 모르기도 한다. IQ가 146점으로 뛰어나지만 자기 학년 수준의 수학 문제 정도만 풀 수 있는 아이도 있다.
웩슬러 아동지능 검사에 따르면, 점수가 130점 이상인 아이들은 '아주 우수하다'라고 여겨진다. 120점에서 129점 사이는 '우수한' 아이들이고 110점에서 119점 사이는 '평균 이상'이다. 평균 지능 점수는 90점에서 109점 사이다. 그래서 아이가 146점을 받으면 기대는 훨씬 높아진다.
IQ는 높지만, 학교 성적이 보통인 아이는 부모가 기다려줘야 한다. 똑똑함에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똑똑한 아이들은 저학년일 때는 특별히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 생활은 점점 힘들어진다. 그전에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았던 똑똑한 아이들이 이제는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아이들에게 노력은 낯설어서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똑똑한 아이들에게 노력이란 정장을 입었을 때 느끼는 불편함과 같다. 정장은 무겁고 쪼이고, 답답해서 당장 벗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속옷만 입었을 때처럼 편안하길 바란다. 똑똑한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노력 없이는 배움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런 사실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종종 똑똑한 아이의 부모에게 "이 아이는 할 수 있어요. 아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에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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