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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아이의 뇌와 신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by 골드미스트 2024. 1. 23.

아이의 뇌와 신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아이의 몸속에서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벌어진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소리치며 발버둥 치는 행동이 매일 계속될수록 부모는 점점 더 혼란에 빠진다 유치원 등원을 거부하는 아이의 행동은 뭔가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나아질까? 유치원 선생님들의 조언을 믿고 계속 따라야 할까?

선생님들은 아이가 아무리 저항하더라도 유치원에 내려주고 바로 떠나라고 했으며 아이의 행동은 아이들이 크면서 흔히 겪는 과정이라며 안심하고 조언했다. 아니면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을 쓰면 도움이 될까? 하지만 두 사람을 힘들게 한건 주로 이 질문이었다. 큰아이를 키울 때 효과를 봤던 방식이 둘째에게는 왜 통하지 않을까?


엄마 아빠가 사랑으로 키우고 아이와 솔직하게 대화하며 여러 육아서에서 얻은 조언을 모두 실천했는데도 제이드의 유치원 거부 투정은 거의 넉 달 동안 계속되었다. 한눈에 봐도 리앤다와 로스는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열성적인 부모였지만, 이젠 스트레스로 지쳤고 뭘 더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아이의 선생님들에게서 들은 말은 일반적인 육아 조언과 비슷했다. 아이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아이의 행동에 주목한다. 그리고 특정 행동에 대해 부모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주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설득하기 혹은 유인책이나 보상, 결과제시하기처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게끔 유도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에는 두 가지 결함이 있다. 첫째, 당신의 아이가 아니라 일반 아동을 기준으로 누구에게나 두루 조언할 법한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것, 둘째, 아이가 일부러 특정 행동을 한다고 추정하는 것, 즉, 아이가 충분히 애쓴다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정 철학에 영향을 받아 다음과 같이 조언하기도 한다.
-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라(아이를 격려하는 데 집중하라)
- 자녀를 지지하되 강한 모습을 보여라(권위를 보여라)
- 자녀가 실패를 더 겪어보게 하라(주위를 맴돌며 간섭하지 마라)
- 부모의 문제를 자녀 탓이라 돌리지 마라(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라)
- 비판하지 말고 현재의 경험을 반성하라(좀 더 마음에 새기고 잊지마라)
- 어떤 기분이 드는지 말하도록 자녀를 도와라(아이들에게 감정이 무엇인지 가르쳐라)

이 조언들 모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내 아이만의 고유한 특성 혹은 어떤 특정 순간에 아이가 원하는 요구 사항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가르치는 내용을 아이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조언이 이론상으로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소용없다. 게다가 사람들은 아이들이 계획적이거나 의도적으로 행동을 통제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나는 유아들이 '울고 불고 떼쓰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비결을 알려준다는 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다. 그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 이상을 달성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유아들은 일부러 막무가내로 떼를 쓰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떼쓰는 행동은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의 뇌와 신체의 연결이 갑자기 큰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취약한 상태라는 신호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좋은 의도로 부모 교육을 하는 교육자나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일부러 떼를 쓴다고 조심스레 주장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이 충동과 감정, 행동 통제력을 어떻게 발달시키는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 알고 있다. 아이들의 자제력과 정서 유연성을 발달시키고, 고유한 기질과 기본적인 유전 정보를 고려해 그 발달을 촉진하려면 인간의 신경계 구성과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맥락을 얻을 수 있다.


감정과 행동 통제력은 어느 한순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신체와 뇌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계속 발달을 이루어나가는 능력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것이 안전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예측할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아이가 하는 행동의 맥락에 관해서는 전혀 배우지 않는다. 아이의 행동을 관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울 뿐이다. 하지만 좀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다름 아닌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다. 행동은 빙산의 일각, 그러니까 수면 위로 보이는 약 10퍼센트 정도의 얼음덩어리다. 수면 아래에 잠긴 부분이 훨씬 더 크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더 중요하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행동에만 반응하면 이렇게 숨은 부분을 간과하게 되고, 행동의 '이유', 즉 무엇이 그런 행동을 하게 하는지 알려줄 귀중한 단서들은 무시하게 된다. 우리는 행동, 특히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 지나치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문화처럼 굳어졌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아이의 몸속에서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벌어진다. 우리의 뇌와 신체는 서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뇌는 결코 단독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무 이유 없이 혹은 부모를 힘들게 하려고 말썽을 피우지는 않는다. 그렇게 생각될 때가 있어도 사실이 아니다. 아이들의 행동은 자신의 내면세계, 즉, 빙산에서 물에 잠긴 부분을 외부로 나타내는 신호다. 우리는 아이의 신체와 뇌가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행동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풍부하게 얻기 위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설득하고 보상하고 유인책을 제공하더라도 아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걸 통제하라고 강요하거나 가르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려되는 행동을 교정하거나 없애려고 하지 말고, 아이가 내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는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단서를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