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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뇌와 신체의 상호작용 시스템

by 골드미스트 2024. 1. 23.

플랫폼


특히 행동은 신체와 뇌 사이의 유일한 양방향 의사소통 시스템인 자율신경계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뇌와 신체를 연결해 주는 것, 즉 신경계는 인간 행동에 영향을 주는 신경 플랫폼 역할을 한다.

아이의 신체와 뇌는 이 신경계를 통해 끊임없이 순환하는 피드백 루프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신체와 뇌는 항상 같이 작용한다. 다시 말해 아이의 생각이나 감정은 신체 상태와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아이의 신체 상태와 움직임은 다시 아이의 감정과 생각에 영향을 준다. 지금부터 이렇게 복잡하고 놀라운 시스템을 '플랫폼'이라고 부르겠다.

우리는 각자 수용적이었다가 방어적으로 시시각각 계속 바뀌며 세상에 반응한다. 어떤 도전을 공포나 위협으로 느끼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수용적인 태도로 바뀐다. 많은 아이를 대상으로 폭넓게 연구한 결과, 나는 아이의 수용성 수준에 영향을 주는 건 아이의 자율신경계, 즉 플랫폼의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플랫폼이 튼튼하면 아이는 매우 바람직한 행동을 하며 융통성과 사고력, 결정력이 강화된다. 하지만 플랫폼이 취약하면 아이는 점점 더 경계심을 품고 두려움에 떨며 방어적으로 변한다.

아이는 플랫폼이 취약할 때 부모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양말 신기를 거부하거나, 채소가 들어간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거나, 동생을 때리거나 TV를 끄자고 하면 리모컨을 던져버린다. 이런 행동 때문에 아이가 사사건건 반항하고 말을 듣지 않으며 무례하게 구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의욕을 잃고 축 쳐져 우리를 무시하는 것처럼 극과 극의 태도를 보일 때도 있다. 방어하듯 보이는 아이의 행동이 알고 보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이의 취약성이 나타나는 또 다른 사례는 '과잉 각성'이다. 이것은 아이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과잉 순응'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잉 순응을 하는 아이는 보상을 받을 때가 많지만, 아이의 플랫폼은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약한 플랫폼을 가진 아이들은 경계심이 높고 걱정이 많으며 성미가 까다로운 경향이 있다.

그뿐 아니라 소리를 지르고 걸핏하면 울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자리에서 달아나며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거나 심지어 대화를 거부하기도 한다. 인간은 항상 의도적으로 행동을 통제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꼭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가 마음속 깊이 무의식적으로 느낀 불안감이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행동일 때가 많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해 신체 안정성을 유지해 주는 과정인 '신항상성'을 추적하여 아이의 내적 단단함이나 취약함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신항상성이라는 어려운 과학 용어를 기억할 필요는 없다. 신경과학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은 에너지와 자원의 균형을 유지하는 이 과정을 '신체예산'이라고 표현한다. 배럿은 재무 예산에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이 빠짐없이 기록되듯이, 신체도 "수분, 염분, 포도당 같은 자원을 얻고 잃는 과정을 끊임없이 파악한다."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몸의 신진대사 예산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항상 알고 있지는 않지만, 감정과 행동을 비롯하여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일은 신체 예산에 예금 혹은 인출이 된다. 누군가가 꼭 안아주고 푹 자고 친구들과 놀고 건강에 좋은 식사를 하면 모두 신체 예산에 예금이 된다. 반면 식사를 건너뛰거나 수분이 부족하거나 숙면하지 못하거나 고립되거나 돌봄을 받지 못할 때면 신체 예산에서 인출이 된다.

부모들은 끊임없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다. 아이가 어떤 문제아 맞닥뜨릴 때, 우리는 아이가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용기를 북돋워줘야 하는가? 아니면 부모의 아낌없는 지지와 사랑이라는 상호작용으로 아이의 신체 예산에 '예금'을 해주는 것이 더 적절한가?

아이의 플랫폼은 신체 예산을 반영하며, 이런 문제에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의 언어 신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비언어 신호를 통해 아이의 신체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려는지 파악하면 가능한 일이다.

양육 관련 최선의 의사 결정은 아이의 행동이나 생각에만 단순히 주모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신체 그리고 아이마다 서로 다르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의 전략이 아이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아이와 우리 자신의 플랫폼을 강화하는데 힘써야 한다.

부모가 그때그때 어떻게 접근해 갈지에 앞서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 아이의 행동은 지금 무엇이 필요하다고 알려주고 싶은 걸까?
- 아이는 내가 말을 걸어주길 원하는 걸까?
- 아이는 내가 안아주길 바라는 걸까? 아니면 기대어 울고 싶은 걸까?
- 아이에게 내가 정한 한계와 그 결과르 상기시켜야 할까?
- 더 튼튼한 플랫폼을 갖추기 위해 좀 더 기본적인 것이 필요한 걸까?
- 내 아이에게는 말로 설득하는 '하향식'이 맞을까, 아니면 플랫폼부터 먼저 강화하는 '상향식'이 더 맞을까?

아이들 각자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다. 그런데 대부분의 육아서에서는 이러한 핵심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정보를 아이가 잘 이용하려면 아이의 플랫폼이 견고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유인책을 제시하거나 특정 행동을 무시하거나 벌을 주거나 잔소리만 해서는 튼튼한 플랫폼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마다 다른 요구 사항에 맞춰 사랑을 베풀며 일관성 있게 대해야 부모와의 관계에서 신뢰가 쌓이고 튼튼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가 부모로서 할 일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융통성을 더 키우고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으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부모가 주춧돌처럼 안전감을 준다면 아이에게 요구하는 바를 확대할 수 있고, 아이가 점차 혼자 힘으로 살아가면서 자기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고 새로운 경험에 자신 있게 도전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흔히 일어나는 육아 문제에 대해서도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모가 행동 혹은 정서 문제라 여기는 건 사실, 아이가 자신의 내면 실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발생하는 반응일 때가 많다. 그건 아이의 신체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우리 몸은 변화를 맞닥뜨리면 이에 적응하려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때 스트레스로 인해 아이는 문제적 행동을 보일 수 있는데, 이것은 아이의 신체와 뇌가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신체 예산이 고갈될수록 아이는 '나쁜'행동을 보일 수 있는데, 이런 행동은 사실 나쁜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아이가 문제적 행동을 보일 때 부모가 곧바로 짜증을 내거나 혼을 낼 경우,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진짜 이유는 숨겨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스트레스 상황에 스스로 대처하는 방법을 부모로부터 배우지 못하게 된다.


아이의 행동은 인간이 가진 적응력의 증거다. 아이의 행동을 착한 행동 혹은 나쁜 행동으로 구분하지 않는 게 좋다. 아이의 행동은 적응 과정에서 나오며, 부모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원천이다.


아이의 행동은 아이의 플랫폼 상태 그리고 아이가 부모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단서를 제공한다. 징징대는 아이에게 뚝 그치라고 명령하는 대신, 그 칭얼대는 소리가 실은 아이가 진정하려면 좀 더 안심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저녁 식사자리에서 아이가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싶어 하는데 아이에게 얌전히 앉아 있으라고 잔소리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아이가 축구 연습이나 장난감 로봇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처럼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걸 무서워할 때 "하나도 무섭지 않아"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의 두려움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들어봐야 한다.

아이의 행동은 아이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지에 관한 단서를 제공하므로, 이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아이의 신체와 뇌가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게 되면, 우리는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장하되 그 경험 때문에 움츠려들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